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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네번째 서울 이야기 - 도봉구

by 짱짱맘s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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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정기를 받는 도봉구




도봉은 말 그대로 산봉우리가 길처럼 줄지어있다는 의미로, 도봉구의 지명은 도봉산에서 유래했습니다. 혹시 도봉산에 올라가 보셨나요? 서울에서 가장 좋다는 북한산만큼이나 좋은 산입니다. 오히려 도봉산을 자주 오르시는 분들은 북한산보다는 훨씬 좋다고도 하시죠. 이처럼 도봉산은 어떤 산과 비교해도 좋은 명산이며, 풍수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풍수 이론은 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한반도 모든 산의 관계와 그 서열을 마치 사람의 역사처럼 정리한 '산 족보'도 존재하지요. 그 중 조선 후기 신경준이 산줄기의 흐름을 정리해 쓴 '산경포'가 유명한데,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은 출력해서 다니시기도 합니다.

'산경표'에서는 우리나라 모든 산의 조상을 백두산으로 여깁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정기가 정맥을 통해 한반도 전체에 전달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르면 서울 전체의 주산인 북한산도 도봉산에서 정기를 이어받고 있으므로, 도봉산이 북한산보다 한 단계 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나 큰형님 정도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봉구에 사시는 분들은 다른 서울 시민들 보다 서열이 높은 정기를 받고 계시는 겁니다. 뿌듯한 사실이죠?


도봉산이라는 양날의 검




일반적으로 산이 있으면 개발이 어렵습니다. 거대한 산을 깎아내고 평지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임야를 개발할 때는 산지전용허가가 필요한데 이 산지전용허가를 받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더욱 까다롭습니다.

아마 서울 내 모든 땅이 쉽게 개발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탁한 공기를 내뿜는 삭막한 곳이 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서울 전체의 자연환경에서 그린벨트 지정 등의 크고 작은 규제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개발규제를 받게 된 지역은 타 지역보다 개발 혜택이 적어 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도봉구에서는 그나마 도봉산에서 가장 먼 창동이 도심지로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도봉산 가까이에 있는 도봉동, 방학동, 쌍문동은 자연환경은 좋아도 개발 혜택이 적었습니다. 이렇게 부동산 측면에서는 도봉산이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된 것입니다. 도봉구 내에서는 말이죠.


도봉구의 연혁


도봉구 지역은 양주군, 고양군, 동대문구 등에 편입되어 있다가 성북구 지역으로 일부 포함이 됩니다. 그러다 1973년 서울 지역의 여러 구가 정비되면서 비로소 도봉구라는 지자체로 최초 독립하게 되었고 이후 1988년에는 노원구를, 1995년에는 강북구를 별도로 지자체로 분리했습니다.

금융위기 전후로 강남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하락할 때 유일하게 시세가 상승했던 지역들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들을 일명 '노도강'이라고 불렀는데, 모두 도봉구 출신 지역이었던 것입니다. '노도강' 중에서는 현재 노원구가 제일 잘 나가는 지역이고, 이어서 강북구, 도봉구 순입니다. 결국 이 3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지역들을 분리해 주고, 순수한 도봉산 영향권 지역들만 남은 것이 지금의 도봉구입니다.


도봉구와 금천구는 데칼코마니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펼쳐 한쪽에만 물감을 짜서 모양을 만들고 다시 종이를 접으면, 반대쪽에 대칭으로 무늬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데칼코마니라 하는데요.

도봉구와 금천구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참 비슷합니다. 그래서 도봉구를 알게 되면 금천구를 이해하기 쉽고, 금천구를 공부하면 도봉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부분들을 차례대로 살펴보자면, 먼저 서울의 25개 구를 평균 부동산 시세로 순위를 매기면 금천구가 23위, 도봉구가 25위를 차지합니다.

시세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도 매우 유사한데요. 도봉구는 도봉동, 방학동, 쌍문동, 창동의 4개 동으로, 금천구는 가산동, 독산동, 시흥동의 3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울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입니다. 게다가 도봉구와 금천구의 동들을 비교하면 아주 재밌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학렬의 <수도권 알짜부동산 답사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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